- 감독
- 장-프랑소와 리셰
- 출연
- 뱅상 카셀, 프랑수아 클루제
- 개봉
- 2014 프랑스

오랜만에 본 뱅상 오빠의 신작, '원 와일드 모먼트'는 결국은 그럴 수밖에 없는 영화였다. 어느새 약간의 흰머리도 보이고, 주름은 다소 깊어졌고 또 한 아이의 아빠 역을 맡는 것이 익숙해질 때도 됐지만, 뱅상 카셀은 뱅상 카셀이었다. 이 영화는 프랑스 영화를 보는 특유의 매력들이 깊지는 않지만 간간이 스며들어있다. 첫 번째로는 쉴 틈 없이 오가는 수다 속에서 꽃 피어나는 위트, 두 번째로는 쭉빵 언니들의 자신감 넘치는 노출, 세 번째로는 급한 결말 등이 있다. 특유의 유머가 넘치는 프랑스 영화들은 그 아기자기한 맛이 늘 보는 재미가 있는데, 가끔은 이해하기 어려운 결말이 보는 이로 하여금 당황스럽게 한다. 미리 말하자면, 이 영화의 엔딩도 급작스러운 경향이 있다. 하지만, 안심할 수 있는 건 그 엔딩이 결코 당황스럽지만은 않다는 점이다. 보통의 코드로는 전혀 읽어낼 수 없는 수준의 프랑스 영화는 아니었다. 적어도 내 기준에선. (스포 유)


영화에 대해 몇 개 더 언급을 해보자면, 일단 배우들을 따라 흘러가는 대로 영화를 즐기는 재미가 있다. 휴가를 놀러 간 두 아빠와 딸들의 이야기에서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건, 아름다운 해변과 신나는 파티, 그리고 딸에게 엄격한 아빠들 정도인데 이 영화에서도 이러한 것들을 충분히 볼 수 있다. 놀러 와서 고삐 풀린 딸들을 어떻게든 억압하려는 아빠, 여기서는 프랑수아 클루제가 연기한 앙투안이 그러했고. 반면 굉장히 쿨한 듯한 아빠도 있다. 뱅상 카셀이 연기한 로랑이 여기에 조금 더 가까웠다. 아빠들은 정신 나간 딸들에 대한 고민도 얘기하고, 집안의 고민, 남자의 이야기 등 이런저런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며 휴가를 보내고 딸들은 DJ의 음악이 있는 클럽에서 하룻밤을 마무리한다. 여기까지는 모두가 예상할 수 있는 보편적인 이야기일 것. 이 안에서 일어나는 소동 또한 소소하면서 적절히 재미가 있다. 그리고 나서 주목해야 할 점은 진지하고 성숙한 남자를 만나 운명적인 사랑을 하고 싶은 앙투안의 딸과 그의 레이더망에 걸린 로랑의 이야기다. 여기서부터 영화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당돌한 10대의 유혹과 이에 어쩔 줄 모르는 중년 남성의 이야기는 전혀 새로운 재미였다. 그것이 아빠의 친구, 그리고 친구의 딸이라면 더욱이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 둘의 엇나간 한 여름밤의 이야기는 시종 긴장감을 형성하고 또 다른 즐거움을 더한다. 그 덕분에 온갖 소동은 쉬지 않고 이어지고, 그 안에서 모녀들은 갈등을 하고 진실을 말하기를 거듭한다.

일련의 소동들을 통해, 그리고 숨겨진(?) 진실을 통해 결국 드러나는 것은 어떤 비밀과 실수 사이의 오묘한 경계와 관계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하고, 또 사람은 누구나 비밀이 있고, 그것은 각자 받아들이기 나름이라는 것이다. 분노한 아빠 앙투안은 딸과 친구의 부적절한 관계에 참을 수 없는 분노를 표출하지만 결국은 자신의 실수와 비밀 또한 마주한다. 로랑 역시 자신의 실수 안에서 진실을 이야기하고 동시에 용서받기를 바란다. 두 딸은 혼란한 틈 속에서 비밀을 고백하고 또한 실수임을 인정한다. 그 크기는 각자 다르지만, 결국 누구에게나 말 못할 사정이 있다는 것이다. 이 영화는 웃음으로 시작했지만, 엔딩을 통해 어느새 침착해지고 차분해졌으며 또 무거워지기도 했다. 그 진리(?)에 대한 깊이가 엄청나게 깊고 또 잘 짜이지 않았지만 가볍게, 또 의외로 진지하게 생각할 수도 있는 작품이었다. 무엇보다 뱅상 카셀의 모습을 보는 즐거움도 있었고.
덧붙임>
1. 뱅상 카셀이 아빠라면 가능한 이야기들. 나이가 들어감에도 여전히 멋있는, 심지어 몸매까지 탄탄한 아빠라니.
2. 프랑스 여자들의 ㅅㄱ란... 경이로운 것.
3. 당돌한 10대 때문에 약간의 피꺼솟 주의.
4. 니브 캠벨과 데니스 리차드 주연의 와일드 씽이 떠오를 정도. 어른들을 쥐락 펴락하는 무서운 애들.
5. 코르시카 섬은 참 좋다.